한국외대 사학과 3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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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과(풍)의 변화

지난 30년 동안 우리 사학과는 실증적인 분석과 다양한 방법론의 활용을 중시하는 엄격한 역사교육을 응용역사학과 접목시켜 창의적인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시대적인 변화와 역사학 내부의 학문적 발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우리 과의 교육과정 역시 몇 차례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첫째, 1996년 학부제가 시행되면서, 전통적인 1학년 교과목인 <한국사개설>, <동양사개설>, <서양사개설> 등 개설류 과목이 폐지하고, 학부 공통과목으로 <한국근대사>, <동아시아현대사>, <서양생활문화사> 강좌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서울캠퍼스 사학 부전공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사학과에서 담당하던 한국사 등의 교양과목도 <한국 근현대사>나 <한국의 문화유산> 등 시대별, 주제별 교과목으로 세분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양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교양과목에서 역사관련 과목이 대폭 축소되고 있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둘째, 역사학의 학문적 추세에 따라 사회문화사 분야가 강화된 점도 주목된다. 한국사 영역에 <한국문화사>, <한국민속사>, 동양사 영역에 <중국사회사>, <한중문화교류사>, 서양사 영역에 <서양예술문화사>, <서양문명과 종교>, <현대 서양문화의 동향>, <문화사와 이문화의 이해>등이 개설되었고, 덧붙여 세계 각국(지역)의 역사 강좌에 문화사를 강조하기 위해서, "…의 역사와 문화"형태로 교과목을 조정했다. (예: 일본의 역사와 문화, 영국-미국-프랑스-독일-러시아-남유럽-중부유럽-북유럽-발칸-중남미-인도의 역사와 문화)

셋째, 일반대학원에 개설된 실용 인문학 전공인 ‘정보∙기록관리학’ 및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유관한 응용역사학 교과목의 신설 역시 주목되는 변화이다. <역사와 문화콘텐츠>, <영상역사학입문>, <한국기록관리의 역사>, <역사학과 기록학>등의 교과목이 사학과에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연계전공 ‘문화콘텐츠학전공’에도 역사학 관련 과목으로 <역사콘텐츠의 이해와 기획>, <구술사와 콘텐츠기획>, <서양문화사와 콘텐츠>, <한국지역문화와 콘텐츠>, <문화콘텐츠와 문화연구>등의 과목이 개설되었고, ‘기록문화유산관리학’ 협동과정에도 <기록문화유산관리와 문화산업>, <민속사와 기록관운영>, <박물관학>, <문화유산의 의미와 탐구>, <민속 및 문화재의 관리와 활용>등의 과목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술답사의 내실화 차원에서 2학년 1,2학기에 <유물유적탐구>와 <문화재조사와 탐구>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답사 대상지역의 유적‧유물과 지역문화를 미리 조사하게 한 뒤, 현장에서 직접 발표하게 함으로써 공간속에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고 인식할 수 있는 역사적 식견을 배양해주고 있다. 상기와 같이 사학과는 학과 개설 이래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역사학적 기본소양과 실용성 나아가 현장성을 겸비할 수 있는 교과목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학과의 전∙현직 교수들은 학과 창립과 동시에 ‘사학연구소(역사문화연구소)’를 개설한 데 보이듯이, 일찍부터 ‘교육’과 더불어 ‘연구활동’에 매진해왔다. 사학과 교수들의 학술활동은 국내외 역사 관련 학회 뿐 아니라, 한국외대의 지역학 연구와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1994년 4월에는 교내에 ‘세계역사문화연구회’를 창설하였는데, 2004년 4월 해당연구회가 발전적으로 해체할 때까지, 10년 간 역사학과 지역연구의 접목을 주도해왔다. 2003년 1월 역사문화연구소 학술지 『역사문화연구』가 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연구재단)의 등재후보학술지로 등록된 뒤, 2005년 12월에 등재학술지로 선정된 것도 학과의 경사였다. 이는 학과 교수들이 한국연구재단, 동북아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재외동포재단 등으로부터 일련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역사문화연구』를 외국인 학자들도 참여하는 특화된 학술지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사학과 교수들은 1999년부터 2012년 말까지 무려 68건의 연구 과제를 진행하였는데, 이는 해마다 거의 5건의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성공적으로 진행했음을 반영해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학과와 역사문화연구소는 2001년부터 중국의 중앙민족대학 한국문화연구소, 하북대학 송사연구센터, 카자흐스탄의 카작 국립대 한국학센터와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여 실질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왔다.

2010년 10월에 실시된 중앙일보 학과평가에서 전국 61개 역사학과 가운데 ‘최상등급학과’로 선정되고, 전국 인문학 관련 학과 교수가운데 가장 연구를 열심히 하는 학과로 뽑힐 수 있었던 것도 연구를 중시하는 우리 과의 학풍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학과 전, 현직 교수들의 연구 활동을 개관해 보면, 박창희 교수는 학계의 주류 담론이라 할 수 있는 ‘고려귀족제사회설’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고려시대 관료제설’을 뒷받침하는 관련 논저들을 발표해왔다. 한국사상사와 민속사를 전공한 이은순 교수는 『조선후기당쟁사연구』, 『한국사회사상사연구』등의 논저와 일제시대 농촌여성의 생활과 민간신앙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박성래 교수는 국내외 과학사학회를 주도해왔으며, 과학사 관련 학술논문을 국내의 국∙영문학술지와 국제저널에 활발히 발표하는 한편, 『과학사 서설』, 『다시 보는 민족과학 이야기』등 스테디셀러를 출판하였다. 정년 후에도 연구와 기고활동을 통해서 학문적 성과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최갑순 교수는 명청시기의 민간종교와 사회운동 관련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특히 백련교 관련 논저들을 발표해 왔다.

임영상 교수는 『소련과 동유럽의 종교와 민족주의』, 『음식으로 본 서양문화』등의 편찬을 주도하였다. 근래에 들어서는 재외한인연구와 문화콘텐츠 분야로 연구의 범주를 확대하였고, ‘인문콘텐츠학회’와 ‘재외한인학회의’ 회장을 역임하였다. 최근 관련 연구를 모아 『소련 해체이후 고려인 사회의 변화와 한민족』, 『구술생애사와 문화콘텐츠를 통해 본 고려인』, 『재외한인연구의 동향과 과제』등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영학 교수는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한국기록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장기간 천착해온 대한제국시기 토지조사관련사업 연구의 일환으로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사업』, 『대한제국의 토지제도와 근대』, 『일제의 창원군 토지조사와 장부』등을 출간했으며, 2013년에는 『한국 근대연초산업연구』를 간행하였다.

노명환 교수는 유럽통합사 연구에 이어, 이문화(異文化)의 이해와 관련한 방법론 및 사례 연구논문들을 발표해 왔으며, 최근에는 ‘정보기록학’ 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차원에서 본 유럽통합 의제문제』, 『다민족 국가의 통합정책과 평화정책의 문제』, 『Ostpolitik, 1969-74. European and Global Response』, 『역사를 통해 본 유럽의 서로 다른 문화읽기-기업문화와 의사소통 방식의 문화코드』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반병률 교수는 동북아재단 제2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제한국사학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독립운동사와 관련하여 인물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업적을 발표했다. 『성재 이동휘일대기』에 이어 『1920년대 전반 만주‧러시아 항일무장투쟁』, 『국외3‧1운동』, 『망명자의 수기』, 『여명기 민족운동의 순교자들』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근명 교수는 송대사회경제사 연구에서 시작하여, 중국 사료에 보이는 고려관련 자료의 발굴과 왕안석연구 등으로 연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아틀라스 중국사』의 필자로 참여했으며, 『송사 외국전 역주』, 『동북아 중세의 한족과 북방민족』, 『송원시대의 고려사자료』등을 출간했다. 여호규 교수는 고구려 정치사, 국제관계사, 도성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012년 7월에 발굴된 지안고구려비(集安高句麗碑) 관련 초기 판독과 분석에도 참여하였다. 『고구려 성(I, II)』, 『고대 도시와 왕권』, 『한국 고대국가와 중국왕조의 조공-책봉관계』, 『동아시아의 고분문화』등의 저서를 출판했다. 김상범 교수는 중국사에 있어서 국가권력과 신앙, 민간신앙과 지역사회, 종교와 도시공간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唐律與國家社會硏究』, 『新史料‧新觀點‧新視覺-天聖令論集』등 타이완에서 간행된 법제사 연구서의 저자로 참여했으며, 『당대(唐代) 국가권력과 민간신앙』등의 논저가 있다.

(2) 학과문화와 학생자치 활동 (학생회,학회·소모임 활동,기타정기행사)

사학과의 학과문화와 자치활동의 중심에는 봄∙가을의 정기 학술고적답사가 있다. 고적답사는 학점이 부여되는 정규 수업이기도 하지만, 학과학생회와 별도로 매번 답사추진위원회가 구성 되고 한 학기 전부터 준비를 진행한다. 2박3일 혹은 3박4일 일정으로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누어 시행하는 답사는 역사학도들에게 우리 땅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키워주고, 외대사학의 전통을 이어가게 한다. 사학과 학생들은 답사를 통해 역사현장을 직접 밞으며 살아있는 역사체험을 하는 한편, 동료나 선후배, 교수와의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은 소규모 학회를 조직하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근현대사를 공부하는 ‘달바라기’, 서양근현대사를 공부하는 ‘아르케’, 전국의 유물-유적을 답사하는 ‘숨결’, 금석문과 금석문양을 화선지에 담는‘탁본’, 역사학과 컴퓨터, 인터넷을 연결하는 ‘컴맹’등이 그것이다. 이들 소 학회는 매월 1~2차례 세미나를 개최하여 각자의 관심사를 공부하며 학문적 소양을 연마하는 한편, 동문까지 참여하는 M.T. 등을 통해 사학도 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다진다.

한편, 본교 사학과는 일찍부터 교수-학생이 협력하여 좋은 전통을 만들어왔다. 1984년 9월 창립 첫 학기에 이미 교수와 학생들이 협력하여 ‘학과도서구입’ 계획을 수립했다. 나아가 이를 학생회 차원에서 제도화하여 20년째 유지하면서 1,500 여권의 장서와 영상자료를 마련하여, 인문경상대 4층의 자료실에 비치하였다. 학과 기자재의 구입도 교수-학생이 힘을 모았다. 1987년 가을학기 도서구입을 유보하고 86학번 임채완 군의 기부금을 보태 처음으로 학과 컴퓨터를 마련했으며, 교수들은 연구소를 통해 프린터를 학과에 기부했다. 이러한 초기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학풍으로 계승되고 있다.

(3) 졸업생 사회진출 및 동문 현황 (동문회 활동, 동문 주요 진출 분야 등)

외대 건학 60주년에 우리 사학과는 학과창립 30주년을 맞게 된다. 1회 졸업생들도 이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현재 우리 과 동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학문의 길에 들어선 동문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과 연구소, 박물관 등지에서 교수, 연구원, 학예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교사, 회사원, 은행원, 영화감독, 마술사, 자동차 딜러 등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활약하는 동문들도 많으며, 자영업으로 성공한 동문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찍부터 주목해 온 ‘기록관리학’과 ‘문화콘텐츠학’등 응용인문학 분야에서의 성과도 주목된다. 특히 많은 수의 동문들이 국가기록원을 위시한 정부와 민간의 정보기록관리 부서에서 기록연구원(Archivist)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외대 60주년, 사학과 30주년을 맞이하여, 동문들을 직능별, 지역별로 네트워킹 화하고, 졸업생과 재학생 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하여 서로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외대 사학과의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4) 미래 비전

‘외대건학 60주년, 학과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우리 사학과의 구성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질의 교육기반을 확립하고 연구풍토를 조성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로 언론기관의 평가 때마다 교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 구성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졸업생이 자부심을 갖는 학과“가 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선 엄격한 역사교육과 응용역사학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전통을 계승하여 실력있고 창의적인 지성인 양성에 힘쓸 것이다. 외대의 학풍을 계승하여 외국어와 실용학문을 겸비한 실력있는 역사학도가 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교육을 펼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학과와 연구소의 연계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교수의 연구활동이 학술대회, 콜로키움, 프로젝트, 과내 학회활동 등을 통해서 학부교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 동문, 재학생 간에 형성된 유대를 강화하여, 상호간에 더욱 성숙한 인간관계로 승화시키고, 서로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확립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가을 은행나무처럼 풍성한 결실을 맺고 ‘졸업생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학과’가 될 수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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